월간 한정 2015년 1월호토우건 391호 권두에세이 ( 배인숙 편집부장)
행운을 부르는 해
권남희 수필가
새해 달력을 받고 기대감을 갖는다. 양의 해 얼마나 희망찬 일로 채워나가며 결실을 맺을 것인가. 이런저런 집안 일과 모임 등을 달력에 적으면서 희망사항도 덧붙인다. 특히 청양의 해는 행운을 부른다고 하니 청마 해의 어둡고 아픈 기억을 상쇄할 수 있는 일들이 몇십배로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매스컴에서도 한해의 전망을 낙천적으로 내놓으며 국민들에게 위로를 안겨준다. 어느 때보다 행복한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기에 서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들뜨는 것도 사실이다. 봄은 이미 겨울에 와 있다는 농부의 준비성처럼 을미년, 새해 첫날도 사람들은 일년을 위해 판을 벌인다.
해가 뜨는 곳곳에서 축제와 기원의 마당놀이를 벌이며 에너지를 끌어 모은다. 계절별로 다르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뜬다는 독도나, 울산 간절곶, 만 명이 먹을 떡국을 준비하는 포항 호미곶, 정동진은 이미 국민해맞이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또한 그곳들은 국민 기원장소로 거듭나면서 성소의 의미까지 덧붙여지고 있다. 마음과 마음의 띠로 이어지는 일출장소를 찾지 않으면 한국인이 아닌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새해는 유독 우리 서민들에게 기도거리가 많아진다. 어디서나 아기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달라며 결혼하지 않는 딸과 아들을 위한 기도를 올리고 이제 막 퇴직하여 불안하게 나이 들어가는 또래 베이비부머들의 건강유지와 안전한 2모작 인생설계를 위한 준비, 취업이 되지 않는 자녀를 가진 가정, 치매를 앓지만 어느 자녀도 돌볼 수 없어 고민하는 주변이웃을 그냥 바라보아야하는 안타까움 등 장수사회로 가는 숙제는 만만치 않다.
언제 우리는 걱정을 하지않고 살아갈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주고받는 덕담만큼 나라의 운도 세계를 향해 활짝 열리고 국민들의 소망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특히 푸른 양의 해 그 푸름은 젊음을 상징하니 젊은이들의 창업과 취업도 잘되고 결혼도 하여 나라 기운을 푸르게 이끌어가기를 빌 뿐이다.
터키나 우즈배키스탄을 여행했을 때 인상 깊었던 일은 가는 곳마다 많은 유적지가 있어 볼거리도 훌륭했지만 어디서나 만나는 해맑은 아이들이었다. 우리의 60-70년대 동네 풍경처럼 아이들은 마을이 있는 곳이면 으레 몰려 있었다. 나라의 탄탄한 미래는 저 아이들에게서 비롯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 부럽기도 했다.
어쩌다 전철에서 아기를 만나면 전철안의 모든 사람은 그 아기를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게 된다. 아기가 있는 풍경이 그토록 평화롭고 아름다운데 어쩌다 우리는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사교육비 걱정하고 취업을 고민하며 한탄만 하도록 두어야 하는가. 이런 현상은 유럽의 몇 나라도 마찬가지인듯 소설가이자 기호학자인 움베르토 에코는 2050년 이후 이탈리아인이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는 경고성 글을 쓰기도 했다.
양羊이 가진 긍정의 어휘들 그 파장이 널리 퍼지기만해도 한 나라의 운명이 바뀔 것이다. 상祥 , 선善 ,미美 ,희犧.... 생각할수록 우리 인간에게 필수 영양소 같은 개념이다. 이런 의미들이 우리 사회에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도록 ,무의미해지지 않도록 지도자들은 이끌어주어야 한다.
양의 해는 그 이미지를 양의 기질에서 펼치는 이유로 을미년을 내다보는 국운이나 개인의 운까지 긍정적이다. 우선 강한 국방력으로 정체성을 인정받을 것이고 박근혜대통령은 국제외교를 활발하게 펼쳐 막힘없는 소통으로 젊은이들의 해외진출이 두드러진다는 문구들이 인터넷을 장식하고 있다. 낙천적 예견으로 좋은 징조를 유도하는 일도 좋다고 본다.
하지만 경계의 끈도 풀지는 말아야한다.
거슬러 올라가서 또 다른 을미년, 우리는 역사 앞에서 수치스러운 사실을 콤플렉스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치인들이 국론분열로 갈등을 조장하고 혼란을 일으키면 국민들의 정서는 부정적인
채 실망에 빠지고 분노한다. 대중은 우매해보이지만 결코 어리석지않다는 점을 헤아려주어야 한다. 가뜩이나 국민의 세금에서 빠져나가는 정당지원금이 적지않다는 것도 충격적인데 나라를 분열시키는 일에 써서는 안되지 않은가. 이것은 마치 일제시대 식민통치의 협력자들이 귀족칭호를 받고 사치와 방탕에 빠져 지내다가 가산을 탕진하고도 왕실재산인 창경원까지 팔아달라고 떼를 썼던 조선말기 일부 귀족들과 무엇이 다른가. 그들은 염치를 모르는 채 매일 총독부를 찾아가 구제금을 달라고 애걸하여 결국 받아내고 마는 파렴치들이었다.
그런 동 시대에도 우리를 살게 한 한용운 같은 애국자도 있어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 한용운은 ‘나는 왜 중이 되었는가’ 글에서 일본에 우리나라 절을 팔아넘기려고 한 일을 밝히고 있다. 조선의 사찰 관리권과 재산권을 모두 양도한다는 계약을 이** 일파의 원종圓宗이 주도했는데 한용운이 스님들을 규합하여 반대운동을 벌여 다행스럽게도 파기되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국민들 생활은 안중에도 없는 그런 의식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알고싶다.
당의 이익이나 명예만을 위해 불의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로 투사처럼 나오는 정당정치는 자멸한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텐데 말이다.
국민도 의지가 강한 양의 기운을 받아 무언가 확고한 의지를 비칠 필요가 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사랑이 바탕으로 깔린 곳에서만 신뢰를 보이며 관계를 지속시키려는 의지를 보인다고 한다. 유목 문화권에서 재산이었고 사랑받았던 양은 무리지어 화목하고 평화롭게 살아간다. 독신가구가 늘고 디지털문화는 개인중심주의를 부추겨 세계 어디든 유랑할 수 있지만 한 뜻으로 어울리며 양처럼 살아볼 일이다.
베이비부머인 나는 한가지 꿈을 꾼다.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새로운 의지를 확인하고 연을 날리는 것이다. 나의 어린 시절에는 겨울부터 시작하여 설이 지나서까지 연날리기를 많이 했다. 연은 주로 집에서 대나무를 깎아 중심대를 만들고 한지로 붙여 여러 가지 형태의 연을 만들었다. 또 실을 감을 수 있는 연자세도 만들어 동네 아이들과 바람부는 벌판을 달리며 연을 날리곤 했다. 춥다고 집안에만 갇혀있던 아이들의 기상을 키워주는 최고의 놀이였다. 아이들은 하늘높이 날아오르는 연을 보며 스트레스를 풀어냈는데 액을 날려버리는 의미도 갖고 있어 어른들은 연에다 ‘액厄’이라 써서 날리기도 했다.
정동진. 간절곶 호미곶 어디라도 좋다. 떡국 한 그릇 먹고 새해 첫날 떠오르는 해를 마주보며 ‘액’이란 글씨를 써넣은 커다란 연을 떠올려 액은 모두 날려버리고 행운을 연 자세에 감아쥐는 것이다.
권남희
(사) 한국수필가협회 편집주간 . MBC아카데미 .롯데백화점 잠실점. 덕성여대 수필강의
이메일: stepany1218@hanmail.net
작품집 《육감&하이테크》외 6권 제 22회 한국수필문학상 . 제 7회 한국문협작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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