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남희 수필

현대문학관 2015년 여름 제 65호

권남희 후정 2015. 6. 19. 16:09

 2015년 여름 제 65호 현대문학관    소식지 수록

 

5월의 소년, 피천득수필가는 떠나지 않았다.

-그가 사는 집 피천득 기념관-

권남희 수필가( 사.한국수필가협회 편집주간)

 

송파구 잠실동 (지하철 2호선, 8호선 잠실역 ) 롯데월드3층 민속박물관 엘리베이터를 내리면 입구에 피천득 기념관이 있다. 개관 8년째로 많은 분들이 다녀갔고 간혹 일본여성들도 방문하여 탄성을 지른다. 수필 <인연>을 읽은 이유라고 짐작하며 반긴다.

피천득수필가는 그를 아끼는 제자들과 국민들에게 잠시라도 머물 곳을 선물했다.

2005년경 문화사업을 구상중이던 롯데월드는 먼저 석촌호수가 바라보이는 곳에 뮤지컬 전용극장을 세웠다. 2007년 5월 피천득선생이 97세로 돌아가시자 《인연》수필집으로 명성을 쌓은 샘터사는 파주사옥에 피천득수필가의 서재를 만들겠다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롯데그룹에서 결정한 피천득기념관사업을 롯데월드 김승환 상무이사가 추진하면서 2008년 개관을 하였고 선생의 서재 일부는 롯데월드로 오게 되었다.

유족에게 20년 임대형식으로 선생이 살던 반포아파트 내부를 그대로 옮겨온 기념관은 마치 집에 들어선 느낌을 받는다. 다른 문학관에 비해 동선은 짧은 반면 아늑하고 정답다. 입구에서 오른쪽을 따라 돌면 선생의 파이프와 여권, 지갑, 안경 등 소품이 있고 벽면에는 선생이 쓴 문구와 활동연보, 출간한 저작물도 전시되어있다. 중간쯤에는 선생이 늘 드나들었던 아파트 현관이 보인다. 신발과 소파가 있고 창문이 보이는 서재는 책꽃이와 책상, 선풍기 등이 있다. 그 옆으로 철제 작은 침대와 옷가지와 난영으로 이름얻은 인형이 전시된 인형의 방, 그리고 동굴처럼 생긴 안쪽으로 들어가면 인기척을 느낀 센서가 선생의 생전 육성을 들려준다. 의자에 잠시 앉아 선생의 말씀을 듣고 벽면에 인쇄된 시와 글을 읽다보면 문득 어딘가 살아계신다는 착각을 한다.

입구에서 바라볼 때 중앙에 하얀 조각작품이 먼저 눈에 띈다. 둥근 테이블과 책꽃이는 때로 누군가와의 약속도 기념관으로 하여 테이블에 앉아 소곤거리며 피천득님의 육필원고 곁에서 문향을 느끼는 특별함도 선물한다. 드나드는 작가들은 그곳에 수시로 책을 채워놓는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져가서 읽도록 하는 것이다. 피천득 선생을 생생하게 조각한 금빛동상과 그 손에 들린 펜, 책이 있는 자리는 기념관을 떠나기 전 선생과 기념촬영을 하는 포토존이다. 간혹 펜을 억지로 떼어보는 장난을 치는 학생도 있지만 그 또한 사랑의 표현이라 여기고 싶다.

2008년 롯데월드로부터 문학행사를 제안받은 한국수필가협회는 (당시 유혜자 이사장)개관기념식으로 기념관 로비에서 100여명의 수필가를 초청하여 낭독행사를 마쳤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을 들이기에는 장소가 협소하지만 평소 검소하고 절제했던 피천득 선생의 생활을 보는 것같아 부담이 없다. 건물만 요란하고 내실이 빈약한 곳도 있지않은가. 피천득 선생 탄생 100주년과 2주기 때는 선생에게 보내는 육필편지 전시와 낭독행사를 하였다. 김남조시인, 신달자시인, 이길원시인,정목일 수필가,지연희 수필가, 김우종 문학평론가 등 50여명의 육필편지와 자료가 전시되어 성황을 이루었다.

그후로 미래수필문학회, 송파여성문학회. 대표에세이.MBC아카데미 강남수필 등 많은 단체들이 전시와 낭독행사를 하곤 하였다. 롯데월드소속 박물관은 별도로 운영하지만 전문 학예사가 상주하지 않는 기념관이다. 개관 초기에는 한국수필가협회 회원들이 매일 번갈아가면서 자원봉사형태로 기념관을 지켰다. 지금까지도 변함없는 마음으로 기념관을 지키는 봉사자로 최원현 한국수필가협회 사무처장과 전수림한국문인협회 동인지문학연구회 위원과 롯데 잠실 목요수필회원들이 있어 든든하다. 아쉬운 점은 몇 년 전 김승환 상무이사도 은퇴하고 롯데월드 임원진들에도 변화가 있어 기념관 사업이 소외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필가들이라면 한번쯤 이곳을 찾아오고 찾아온 작가들은 기념관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담하고 마치 집에 온 듯 편안한 기념관을 해외까지 알리기를 소망한다.

 

권남희 약력 1987년 월간문학 수필등단 .(사) 한국수필가협회 편집주간

작품집 《그대삶의 붉은 포도밭 》《육감하이테크》등 6권

stepany121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