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한국수필2

한국수필 5월호

권남희 후정 2009. 5. 27. 13:26

 

 발행인 정목일 ( 이사장 ) 편집주간 권남희 .이철희 기획실장. 서원순 사무국장 .정기구독 02-532-8702

자정기능이 돋보이는 작품

金 鎭 植

「한국수필」5월호를 읽고 있다. 박토를 개간하여 수필의 광장을 만들었고, 그 광장에 선후배가 숲을 이루며 싱그러운 열매를 달고 있다. 보기도 좋고 향기로운 열매가 마음을 끈다. 제각기의 채색과 경지로 빚어낸 것이다.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더 눈에 띄고 잘 익고 향기로운 것에 집착하면서 취하였고, 우리 정서의 뿌리에 근접한 것에 머뭇거렸지만 아쉬움을 남겼다. 한정된 지면 때문이었다. 그리고 앞뒤를 장식한 병풍이나 울타리는 그냥 지나치고, 동인문학 순례도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김시헌의「3차원의 인간은 연륜과 경지가 따르지 않으면 쓰기 어려운 것이다. 인생을 세 부류로 나누어 담담하게 쓰고 있는데, 1차원의 평범한 삶과 2차원의 보람 있는 삶과 그것을 초월한 3차원의 삶이 그것이다. 3차원의 삶은 규범이나 선악을 넘어서고 인생에 대한 회의도 떠난 사람이다.

인간의 생활을 평가할 때 흔히 행복이냐 불행이냐를 두고 따진다. 그런데 삼차원 인간에게는 그것조차 떠나고 있다. 설사 불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태가 일어난다 해도 삼차원 인간에게는 그것이 불행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인간에게 있는 한갓 사건에 불과하다. 행, 불행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람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있을 수 없다. 그런 따위의 호칭부터가 세속적일 뿐이다. 삼차원 인간에게는 완전한 조화가 있을 뿐이다.

완전한 조화란 성자의 경지가 아닐까. 이를 꿰뚫으며 근접하고 있다면 이 또한 초월이요, 달관이다. 그래서 허허 벌판에 자기를 던져놓고 내가 어디까지 와 있는가를 더듬어 보고 싶은 것이다. 무위의 박함이 고사목처럼 마음을 잡는다. 쉬운 말로 깊은 뜻을 엮어내고 있다.

김문호의「꽃 아까시 나무 아래는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 같은 글이다. 산골마을의 정서가 싱그럽고 소년과 소녀의 야릇한 사랑의 물감이 화폭을 채우고 있다. 단오절 전날도 그렇고 보릿짚이 깔린 자리의 쑥스러움과 아까시향내도 그렇다. 군대 휴가 때 비로소 금단의 조건을 알았지만, 지워지지 않는 첫정의 각인, 그래서 아까시나무 아래서 그녀를 생각한다.

보릿짚이 푹신하게 깔린 바닥에 무릎을 세운 채 나란히 앉았지만 소년은 무척 쑥스러웠다. 그러나 싫지는 않았다. 오늘따라 아까시 꽃도 유난히 향기로웠다. 마치 새색시 냄새 같았다. 당시 소년과 또래들은 저녁이면 신랑이 군대에 나간 새색시네 방에서 모여 놀곤 했다. 새색시가 무섭거나 심심해 할까봐서 어른들이 시킨 것이었다. 그때 해바라기책상시계가 착착 소리를 내며 퍼지던 그 방의 향내가 그것이었다.

줄거리가 있고 정서가 있고 분위기가 있다. 문맥이 자연스럽고 짜임에도 무리가 없지만, 소설의 구성과 차별하기가 어려운 점이 아쉽다.

유동림의「빨간 자전거는 젊은 날의 순애보를 그린 수필이다. 빨간 자전거의 우체부는 사랑을 나르는 전령이다. 그 전령이 나르는 불씨로 사랑을 지피고, 만나게 되고, 그 추억이 아름답게 새겨져 있다. 어느 날 선물이 배달되고 며칠 후 그가 찾아왔고, 바닷가를 거닐며 남자로부터 처음 손목을 잡혔고, 손가락의 상처를 처매주었고, 같이 사진도 찍었고, 성묘도 겸상의 식사도 하였다. ‘처음 받아본 호강’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정점이었다. 그 아쉬움을 그리고 있다.

그를 통해 처음이라는 소중함을 간직하게 했다. 처음 본 것, 처음 받은 것, 처음 깨달은 것, 처음 배운 것, 첫 느낌, 첫 감동, 첫정, 짧은 기간에 인생의 진선미를 다 체험한 듯싶다. 그가 떠날 때 내가 준 것은 반질반질 윤이 난 흰색과 검정색 조약돌 두 개와 그의 여동생인, 당시 수원에 있는 소화초등학교 교사였던 임명숙 선생에게 소라껍질을 전했을 뿐이다.

인생의 진선미를 체험했다고 해서 규범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소중하게 간직한 것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면서 수필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빨간 자전거의 각인이 너무 선명하고 아름답고 또한 아쉽다. 잘 짜이고 흐름과 표현이 자연스러운 수작이다..

최병영의「아버지의 기적소리는 시간과 공간을 교직交織하며 보여주는 사부곡思父曲이다. 기관사의 아들이었던 그가 남행의 기차를 타고 성묘하러 가며 아버지를 그리고 있다. 심장의 박동과 설렘으로 새긴 미지의 꿈은 기적汽笛에서 비롯되었고, 아버지는 그때의 모습으로 연상된다. 삼형제에게 들려주던 6·25때의 미담, 등굣길의 눈치우기, 아버지의 애환이 응고되어 있을 땅 등이 연이어 떠오른다.

오후의 고요가 한껏 똬리를 튼 벌판에 설렁설렁 부는 봄바람이 서늘하다. 아버지는 아낙네의 가슴처럼 봉긋이 솟아오른 야산의 중턱에 누워계신다. 지난날 자식을 위해 등굣길의 눈을 치워주시던 한길 가에 있는 야산이다. 당신이 그렇게도 즐겨하던 술을 따라 봉분에 올려보지만 아릿한 슬픔과 허망함만이 가슴을 휘젓는다. 임종 전 거의 혼수상태에서도 마른 입술 더듬거려 술을 찾던 분이다. 그렇게 쉬 마칠 종지부였다면 차라리 그때 저승길 기운삼아 약주 한 모금이라도 물려드릴 것을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

묘소 앞에서 아버지 대신 술 한 모금을 머금으며 바라보는 고향마을의 풍경이 한가롭지만 타향보다 낯설어 보이고, 스러지는 기적소리도 허망하여 꿈의 소리가 아니다. 귀경을 서둘고 있는데 솔향기와 기적소리의 여운이 더디게 한다. 짜임과 표현이 정제되어 있고, 시간과 공간처리가 무난한 점이 돋보인다.

윤채원의「두려움, 그 적당한 설레임은 섬세하지만 소심한 성격인 필자가 논술강좌를 맡으면서 대처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학생들의 교습에는 익숙하면서도 학부모들에게는 심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청심환을 복용하면서 안정을 찾으려고 했다면 여간한 심리장애가 아니다. 강좌를 맡기 전 학부모를 상대한 특강은 두려운 것이었지만 이를 성공적으로 치룬 이야기가 흥미롭다. 더욱이 그 장애를 벗어난 이야기는 당사자에게는 흔쾌한 사건이다.

어느 순간이었을까. 낯선 감정이 내 온몸을 휘감아 돌았다. 그 강한 떨림이 몸속 깊이 유쾌한 기분으로 스며들었다. 첫 경험이지만 분명 이것은 긴 두려움 끝에서 맛보는 아주 특별한 쾌감이라는 것을 육감으로 알 수 있었다. 어느새 얼굴의 화끈거림도 사라지고 그 목소리도 편안해졌으며, 준비했던 농담도 잊지 않고 강의 속에 녹여낼 수 있었다.

내면의 동요나 긴장은 새로운 동기가 될 수 있다. 명암에 따라 희비를 가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기분 좋게 거리로 나올 수 있게 되었고, 굵은 빗줄기를 축포로 여길 만큼 여유를 보여주고 있다. 장애를 날려버렸으니 밝음의 축복이다. 흐름과 표현이 무난하지만 갈등의 처리가 안이하고, 치밀한 구성이 아쉽다.

위 다섯 작품은 자신에게 충실하고 자정自淨 기능이 돋보인다. 뿌리가 건강하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어떤 조건에 합당한 것만은 아니다. 평자의 체질과 연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도적이 아닌 이상 순열의 자리매김과는 별개다. 분별의 눈은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다. 그렇더라도 보편적인 것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꽃꽂이의 화려함보다는 건강한 뿌리의 생명력을 아끼고, 개울의 촐랑거림보다는 큰강의 유유함으로 깊게 흐르며, 현장의 깃발보다는 밝고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다면 질을 좌우할 수 있다. 이를 담아낼 수 있다면 수필의 뜰은 우거져 넉넉함을 보여줄 것이다. 그 중심에서「한국수필의 역할을 기대한다.

 

  회원동정

                                         존칭은 생략합니다


행사 

* (사) 한국수필가협회 공영이사 첫모임:  2009.5.8 12시 인사동에서 정목일 이사장을 모시고 향후 협회를 위한 운영방안 등을 토의했습니다.      

* (사) 한국수필가협회 정기낭독행사와  금아 피천득 선생 2주기 추모 육필원고(김남조, 김후란. 허영자. 신달자. 유안진. 황금찬. 정목일. 노향림. 정명숙, 유혜자.맹난자 외 20명 ) 전시행사를    피천득 기념관에서 가졌습니다. 2009. 5.14, 목 오후 2시 (전시는 이후 일주일)  

* 정목일 수필가( 본 협회 이사장)는 2009. 5월 16일  오후 3시 삼성동 포니정 홀에서

 제 2회 조경희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 한국수필작가회 (회장 임병식 ) 남도 문학기행이 2009.5.9일부터 10일 이틀간

  있었습니다.   

* 손상희수필가 ( 본 협회 공영이사) 출판기념회가 2009. 5.22 금 충무로 대림정에서

  이루어졌습니다.

* MBC 롯데잠실 목요수필 정기낭독회 (이남수 회장 )가 교보문고 잠실점에서 2009. 5. 21    목 오후 3시에 열렸습니다. (주관 : 권남희 한국수필 편집주간/  후원 미래수필문학회 .교보문고 잠실점 )

* 김기동 본 협회 부이사장 성락교회의  크리스천 세계선교센터 완공입당  행사가      2009.5.23.토

  오전11시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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