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용

소설가 김지연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

권남희 후정 2010. 1. 3. 19:28

 

 

 김지연 소설가

 지연희 문피문학 발행인과 (오른쪽 )

 권남희 편집주간

 

2009.문파문학 겨울호 작가를 찾아서

예쁘지만 중성적 이미지를 풍기는 , 매의 눈빛 그녀

소설가 김지연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


한국여성문학인회 숙원사업이었던 사무실을 마련한 김지연 회장, 14년 전 박현숙 회장(희곡작가)임기에 여성문학인회 집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장기기기금위원회’를 맡았던 선생의 의지가 45주년 째 확고하게 실현되어 여성문학사에 한 획을 그었다. 놓치지 않는 매의 눈빛, 그 예리함과 추진력은  20대에 소설가로 등단한 경력, 기자생활과 취재부장을 하며 쌓은 노하우라 생각한다.     

이 가을, 『생명의 늪』장편 소설집  두 권을 출간하셨기에 축하를 인사를 드렸다. 20대 의학전문지 남자기자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은 재미와 사회문제를 같이 선물한 작품이다.    


일시: 2009. 11.24. 화 오전 11시

장소 : 운니동 한국여성문학인회 집무실

글. 사진 : 권남희 월간 한국수필 편집주간



“ 김동리 소설가의 제자로 일화가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김지연소설가(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는 김동리 소설가의 제자다, 가장 먼저 궁금한 부분을 꺼냈다.

소설가 ‘김지연’은 김동리 선생이 지어주신 이름이다. 선생님은 제자들 이름을 지어주었다. 제자들을 자식처럼 사랑하고 아껴주었다.  ‘박경리’소설가도 동리선생이 지어주신 이름이다. 당시에 나는  개인적으로 내 이름 ‘지연’이 싫었다. 너무 여성적이었기 때문이다. ‘김자림’이 좋아쓴데 이미 있었으니까 ‘김지림’ ‘김태연’ 등 중성적인 이름을 원했다.  소설가 ‘강신재’ ‘이세기’ 중성적이고 멋지지 않은가. 

동리 선생이 학교에서 숙제를 내 주시면 표지에다 이름을 ‘김석라’ 돌석자에 비단 라로 넣어 제출했다. 그럴 때마다 선생은 석라 이름을 죽 긋고 본명인 김명자로 다시 적어주셨다.

이름에 대해 결정을 못하고 핑계만 대니까 선생은 내게 ‘여자 이름에 돌 석 石 들어가면 아이를 못낳는다고 하셨다. 당시 옆에 계시던 손소희 선생이 받아서 하는 말이 ’ 이석봉 소설가는 애만 잘낳았지 않아요?‘ 했다. 그제서야 나는 동리선생이 왜 석라를 못쓰게 해는지 이해를 하게 되었다. 그 뒤로 선생 댁에 새배를 갈 때마다 손소희 선생 들으라고 ’지연아 네 아들만 둘이지“ 묻고 하셨다. ‘김지연’이름을 쓰기로 결심한 결정적 계기는  동리선생께서 ‘자연과 인생’ 수필집을 내시고 사인을 해서 내게 주셨는데 김지연이라고 쓴 다음 선생 낙관을 찍어서 주셨던 때문이다.  이제 50년 가까이 쓰다 보니 생명체같은 느낌이 들고    본명보다 더 나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김동리 선생의 부인 손소희 선생도 소설가였고 한국여성문학인회에도 관련이 있는데 선생은  얼마 전  손소희문학상을 수상하셨다. 심사위원으로 이태동 교수와 백시종 소설가, 장경렬 선생이었는데 창작 단편 소설 중심으로 평가하였다. 문학적 연륜과  함께 김동리 선생의 제자라는데 가산점이 있지 않았나 추측한다. 

주관은 계간문예에서 하는데 상금은 동리선생의 장남이신 김평우 변호사가 개인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쉽지않은 일인데 작가들에게는 큰 힘이 되면서 고무적인 일이다. 손소희 소설가의 작품성은 순수문학이었는데 글도 좋고 말씀 또한 매웠다.  여성문학상으로는 유일하기에 의미가 더 크다고 분다.    


선생의 소설은 문단에서 유일한 의학소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흑색병동』『히포크라테스 연가』『살구나무 숲에 트는 바람』등이다. 당시 의사신문에서 선생을 쫒아낼려고 의자와 책상을 없애고 하였는데 한국문인협회 조연현선생과 오학영씨가 힘을 실어주어  그 후 4년 을 더 근무하였다.  프랑스의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가처럼  생명에 대한 어떤 탐구심을 갖고 있을까 궁금하였고 번역되어 세계적으로 홍보되지 않은 점이 안타깝기도 했다.

선생은, 자신을 상징하는 작품세계는 ‘산’ ‘의학소설’ ‘고발소설’  크게 이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18 세 때 신경쇠약에 심장병에 폐결핵을 앓아  산사에서 겨울 한 철을 정양생활 한 적이 있다. 지리산 암자에서 책도 읽지 못하게 하니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산생할의 취재원이 되어 작가적 소양을 키웠다. 그 때 경험을 바탕으로 나온 소설이  『산울음』 베스트셀러였던『산배암』중국 흑룡성강에서 번역하여 팔렸던 『산가시내』등이다. 인간의 본성, 자연의 순수함 등을 나타내고 있다.

다시 잠깐의 교직생활을 거쳐 의사전문지 기자생활에서 얻은 경험과 취재 , 자료를 바탕으로   의학소설을 발표한다. 처음에는 비뇨기과를 많이 다녔지만  7년 9개월의 취재부장을 하는 동안 병원 출입이 자유로운 점을 활용하여 작품 소재가 될 만한 것은 의도적으로 따로 모아서 서가의 한 면을 모두 자료로 채웠다. 생명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삶의 무게에  주로 의료사고, 안락사. 뇌사, 시험관 아기 등은 창작보다  실제상황이니 취재가 소설의 밑거름이 되었다. 의사에 대한 소설은 먼저 정을병 소설가가 신문에 연재를 하며 시작했는데 의사단체에서 항의하여 중단한 경우도 있다. 그런데 오히려 이러한 내용이 기사로 나가서 책은  다 팔리게 되었다.

성의학 소설 『씨톨』1,2.3권은  베스트셀러였다.  올해 출간한  『생명의 늪』1.2권은 원래 3권의 분량인데 주였고 대학병원이 또 하나의 세상으로 생명을 걸어놓고 나오는 여러 가지 문제를 다루고 있다.  지연희수필가(문파문학 발행인)는  대학원에서 선생의 단편작품을 페미니즘으로 비평한 자료를 보여주었다.  선생의 단편소설 「연緣 」「독안에 뜬 하늘」「폐경기」「숨통 트이는 소리 」등을 자존적, 독립적인 성향의 여성주의적 화자를 페미니즘문학의 논제로 삼고 있다.

이제 텍스트예술인 문학과 종이책 출판에도 변화가 오고 있지 않나 짚어본다. 왜냐하면 순수문학도 아닌 ‘미저리’ ‘쇼생크 탈출’의  미국 메머드급  대중작가가 스티븐 킹이 얼마 전 만화스토리 겸업 작가 선언을 헸기 때문이다. 교과서도 전자책을 서두르고 있고 전자출판과 함께 텍스트일기전용 리더기의 판매가 증가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선생은 당연히 시류에 따라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응답한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한계를 느끼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감을 잡을 수 없다.’고 솔직히 토로한다. 보수 세대작가들은 당시 원고료나 인세를 받아 생활하고 집을 사는 혜택을 누렸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 이제 쓰는 사람끼리 모이는 문학동호인 모임으로 그치지 않을까 선생은 염려한다.              

문학에도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 그것도 일본이나 아시아권이 아닌 미국 뉴욕이다.

뉴욕 컬럼비아대 한국학 강좌에  50% 이상 증가했고 채만식의 『태평천하』 소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작가들의 적극적인 홍보와 교류가 있어야 할 것 같아 한국여성문학인의 계획을 물었다.

선생은 내년 3월이면 임기가 끝나는데 이제 새로운 일을 추진하기를 어려우니 젊은 후배작가들이 나서서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선생이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으로 당선되었을 때 어려웠던 점은, 봉사직인 실무진들을 정하는 일부터 난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과거 각 기업체로부터 사랑과 후원을 많이 받았던  한국여성문학인회에 대한 향수와 함께  애정 또한  깊고 클 것 같아 선생에게 한 말씀 부탁드렸다.    

당시 여류문인이라면 희소성 때문에 사랑 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당시 여류문인협회를 구성할 때는 중견 중심이었다. 모윤숙 시인, 박화성소설가, 최정희소설가 등 대 선배들이 중심이었으니 청와대에서 초대를 하고 각 일간지에서 여류문인들의 전국주부백일장 행사를 소개하고 기업체에서 지원을 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각기업체에서 시찰단으로 초청하여 다녀오기도 하였는데 이제 여류문인회에서 하는 행사들은 지역 주민센타에서 다루고 있어 여러 면에서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또한 당시에는 문인 단체 중에 위계질서가  가장 잘 잡혀 있는 곳이었다. 이제 등단의 문이 개방되면서 나이 들어 늦게 등단하는 신인과 20대-30대에 등단하여 활동하는 중견, 원로작가들과  갈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입자격의  문턱을 낮춘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한국여성문학인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버리고  시야를 넓히는 일도 필요하다고 선생은 희망사항을 털어놓는다.      

언젠가 여성작가들을 초청한 산림청 행사에서였다. 숲속  캠프파이어 앞에서 춤을 추면서 나는 선생에게 ‘좋아한다’고  고백을 했었다. 어딘지 모르게 풍겨나오는 선생의 카리스마를 느꼈기 때문이다. 기억을 하실지 .......   선생의 내면에는 어릴 적 동네 남자아이들과 어울리며 ‘동네 대장’을 했던 자신의 거칠 것 없는 평등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자아찾기 여행에 끊임없이 열정을 쏟는 선생의 모습은 후배작가들에게 좋은 역할 모델로 남을 것이다.    

 

 

 


김지연 소설가 약력

진주여고. 서라벌 예술대학 ( 현. 중앙대학교예술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1967년 「매일신문」신춘문예 당선.  1968년 「현대문학」추천으로 등단.

작품집  『산가시내』 『산울음』 『산 배암』 『야생의 숲 』『촌남자』『고리』『아버지의 장기』 『산막의 영물』 『배추뿌리』 『산죽』『생명의 늪 1.2』등 30여권이 있고 역사소설  『논개』가 있다.

제 10회 한국소설문학상 , 31회 월탄문학상, 제 3회 류주현 문학상 수상하였다.

의사신문, 경남일보 문화부 차장, 방송심의위원회,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동덕여대 강사. 경원대 겸임교수 역임.

현재 한국문예학술 저작권 협회 부이사장. 소설가협회 이사. 복사전송권 협회 이사. 22대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 .